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 처음 독립했을 때를 기억하시나요?
제가 처음 독립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홀가분한데 외로운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혼자 사는데 필요한 물건은 또 어찌나 많은지, 출퇴근만 했을 뿐인데 집은 왜 이렇게 빨리 더러워지는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 틈에 매일같이 안부를 물어줄 이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차가운 도시, 친구들과 헤어져 집 문을 열고 들어오면 익숙해진 외로움을 느끼곤 했습니다.
모두에게 그렇지만 홀로서기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집에 있을 수 없어 용감히 집을 뛰쳐나온 성폭력피해생존자들에게는 더더욱요. 열림터에 들어온 피해생존자들은 1년 후에 '자립'해야 합니다. 최대 기간만큼 있어도 2년이 한계예요.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에도 빠듯한 시간일 지도 모릅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기간동안 내가 겪은 성폭력 사건이 무엇이었는지 나름대로 정리하게 되는데요, 이 바쁜 와중에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어떤 지원도 기대하지 못한 채 홀로서기를 준비해야 합니다.
이미 열림터를 떠난 퇴소 생활인들이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열림터에 있을 땐 언제나 가득 채워진 냉장고도, 잘 정돈된 거실도, 돌아가면 그날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도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몰랐어요.”
이들이 홀로서는 방법을 차근히 연습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처음으로 직접 공과금을 내 보고, 스스로 살림을 꾸려 보고, 내 방을 내가 원하는 가구로 채워가며 내 취향을 깨달아보는 경험을 하나씩 쌓아 가며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가져볼 수 있다면요?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거실에 앉아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있는, 외롭지 않은 집 다운 집이 있다면 더 좋겠지요.
열림터의 새로운 도전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피해생존자들에게 언제나 열린 터였던 열림터가 1994년부터 2024년까지 30년간 쌓아온 자립과 관계에 대한 고민을 담아 생존자의 자립을 지원하는 집 <또같이>를 마련했습니다. 뉴스레터 시리즈, <서툰살이>는 2025년에 시작될 <또같이>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소개하고자 시작하게 되었어요. 서툴지만 또 같이 살아보며 복작복작 삶을 꾸려가는 피해생존자와 열림터의 고민을 꾹꾹 담아 여러분께만 특별히 보내드릴게요.
지금 열림터에 살고 있는 생활인 L, 프로 함께살기러 활동가 수수, 열림터에서만 6년 넘게 활동한 잔뼈 굵은 활동가 은희, 집을 구하고 자립홈을 운영하기 위해 발로 뛴 네 활동가와 이제는 자립해 나만의 공간을 꾸려가고 있는 또우리 J까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고 오직 열림터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5주간 메일함에 보내드립니다.
열림터와 열림터를 거쳐간 사람들의 좌충우돌 주거권 & 자립 이야기와 함께, 12월 23일에 만나요!
회원홍보팀 닻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