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툰살이> 에디터 감이입니다.
오늘이 마지막 뉴스레터라니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시간이 참 빠르게도 흘러가네요.
2023년 초 열림터 활동가들이 열림터 30주년을 준비하려고 모였을 때, “또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일년동안의 긴 논의 끝에 열림터는 “또우리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집”을 만들어보자고 결의했습니다. 그리고는 또 1년이 흘렀어요. 그렇게 약 2년동안 준비해온 공간이 또같이라는 이름을 걸고 곧 오픈합니다. 또같이는 사부작사부작 저희끼리만 만들고, 아는 사람들만 아는 그런 공간이 아니었으면 했습니다. 또같이는 성폭력피해생존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쉼표이자 거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졌고, 그런 또같이를 더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서툰살이>를 기획했습니다. 그런 저희의 마음이 5주동안 구독자님들에게 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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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서툰살이>는 이렇게 흘러왔습니다. 1주차 생활인 L의 이야기를 통해 원가족과 함께 살기 어려워 집을 나온 생존자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었고, 2주차에는 수수 활동가가 쉼터라는 공간의 한계와 열림터의 도전을 들려드렸답니다. 이어서 3주차 은희 활동가의 글을 통해 또우리들이 겪는 자립의 어려움을 들여다 볼 수 있었어요. 4주차에서는 생존자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집 또같이의 준비 과정을 신아, 은희, 오매, 란, 이지 활동가들이 함께 나눈 대담을 비디오팟캐스트 형식으로 꾸며보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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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살이>의 마지막 레터는 자립을 준비하는 열림이 J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J는 또같이 오픈 직전에 자신의 꿈을 찾아 퇴소해서 자립했어요. 이제는 또우리 J가 되었네요. 공간을 마련하기 전에 또같이를 상상하며 의견을 보태야할 때 ‘J가 이 집에 들어온다면?’ 이라고 상상하면 뜬구름 같은 공간이 좀 더 손에 잡히는 느낌이 들었어요. J는 진작부터 자립을 원하고 준비해온 열림이이었거든요. J가 열림터를 퇴소하기 전 저와 나눈 자립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그리고 J가 직접 그린 네컷 자립스토리도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아마도 J의 이야기와 그림 속에 또같이의 모습이 많이 녹아있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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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J, 안녕하세요. <서툰살이> 구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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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안녕하세요~ 저는 열림이 J라고 합니다!(긴장,쑥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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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J, 반갑습니다. J는 열림터에 입소한지 얼마나 되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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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2022년 10월, 굉장히 추운 날씨일 때 처음 서울에 올라온게 기억이 나네요. 대략 2년 되었습니다! 가해자인 아버지를 피해서 가족 전체가 집을 나왔고, 서울에는 저 혼자 올라왔답니다. 그때는 정말 서울에 아무 연고도 없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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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그 때 서울에 처음왔던 거에요? 남부 사람인 J가 그 추운 날 서울에 왔을 때 얼마나 춥고 낯설었을까요. J가 처음 열림터에 왔을 때 많이 힘들었다고 들었어요. 열림터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얘기해줄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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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처음에 열림터 들어와서 마음의 공허함이 너무 크고 지역도 낯설고 거대해서 적응을 쉽게 하지 못했던게 아직도 기억나요. 열림이들과도 잘 지내지 못하고 스트레스도 너무 심한 상태였어요. 지금 다니는 자립센터에 입사를 했는데, 꾸준하게 잘 나가지도 못할 정도로 무기력증이 매우 심했습니다.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에 출근하던 전철역에서 자살시도를 했던 것도 기억이 나네요. 그 당시 제 담당활동가였던 S샘이 그때 저를 위해서 엄청 걱정해주시고 같이 대화도 많이 해주셨어요. S샘 덕분에 힘든 시기를 벗어나기 시작한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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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J의 회복을 위해 S활동가 뿐 아니라 열림터 활동가들 모두 함께 애썼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가장 애를 많이 쓴 건 다른 누구도 아닌 J일거에요. 그리고 정말 멋지네요. 나에게 도움을 준 사람에게 감사함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J가 힘든 시기를 지나 조금씩 여유와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어요. 열림터에 들어온 지 2년만에 J가 자립준비를 하고 있잖아요? 잘 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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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약 한달동안 자취할 집을 구하러 다니고 대략 20여 곳을 보러 다녔어요. 뭐, 집 구하는게 쉬울거라 생각하진 않았는데 현타가 세게 오더라고요..ㅎㅎ 자립 준비는 난생 처음이라 미숙한것도 많고 ‘생각보다 나, 많이 무지하구나.’ 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가장 어려운 건 이 낯선 땅에서 제대로 된 부동산 찾기였습니다. 물론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의 힘을 빌리긴 했는데 막상 찾아가보면 주거형이 아닌 곳을 다루는 부동산도 있고... 세상 참 어렵단 생각이 들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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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맞아요. 세상살기 참 쉽지 않죠. 이렇게 험한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열림터 퇴소와 자립을 앞둔 소감을 얘기해줄 수 있어요? 표정만 봐도 설렘을 느낄 수 있는데요. 설렘 외에 어떤 감정이 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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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예전부터 꿈꿔온 자립인데 막상 앞두니까 너무 떨리고 벌써부터 열림터가 그리워질 것 같아요. (아련)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열림터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아니까요. 나가야 할 시기가 찾아왔다고 생각하면 또 걱정이 앞서지요. 그렇지만, 열림터에서 지내면서 배운 것들을 제 마음속에 언제나 항상 새기고 앞으로 나아가 보려고 합니다.(비장, 설렘, 신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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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떨리고 두렵지만, 설레고, 또 신나는 자립이군요. J의 표정에는 아직 설렘과 신남만 가득한데, 이 행복한 표정을 구독자 분들에게 보여드리지 못해 참으로 아쉽습니다. 아직 자립 전이긴 하지만, 상상을 해볼까요? 자립한 J에게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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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자립을 한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라... 무엇보다 생존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것도 건강하고 안전한 생존이요. 저에겐 항상 집이란 곳은 안전하지 않고 도망쳐야 할 곳이었어요. 집으로 가는 길이 너무 괴로웠어요. 그런 집에서 도망쳐나와서 이 낯선 곳에서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하게 살아남자”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이번에 집을 구할 때도 주위에 CCTV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실제로 살았을 때 편안할지를 가장 중요하게 봤던 것 같아요. 돈을 조금 더 들이더라도 안전과 편안함을 지키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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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건강하고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아남기”. 열림이에서 또우리가 되는 J의 자립에 정말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아요. 저도 응원할게요. J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오롯이 잘 살아남기를요. 이번에 처음으로 혼자 살게 되는데 가장 기대되는 게 뭐에요? 열림터에서 2년동안 그 많은 규칙들 지키면서 사느라 힘들었으니, “밤 늦게까지 잠 안자고 게임을 할 수 있는 자유” 같은 거 기대되지 않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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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유혹적이네요🤭🤭. 물론 그런 자유도 기대되지만, 저는 자립하고 혼자서 아침을 맞이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하고 퇴근하는 그런 소소한 일상이 더 기대돼요. 열림터에 있으면서 아침에 일어나는 건 물론 스스로 하지만 조금 기대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한단 말이죠. 활동가쌤들이나 다른 생활인들이 깨워줄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자립하면 주위에 사소한 것 하나하나 도와주는 사람이 없이 스스로 해내는 것에 집중해야 할테니 제가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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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와우. 이렇게 정답 of 정답 같은 답만 해주다니. “J는 정말 자립할 때가 되었구나. 하산을 허하노라~” (웃음) 자립을 앞두고 이렇게 설렘과 기대로 부풀어있지만, 걱정되는 건 없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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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외로울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에요, 외로울까봐. 혼자서 사는게 처음은 아니지만 서울에서 혼자가 되는 것은 처음이거든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 점점 적응될거지만 적응 하는 동안 ‘이 외로움이 불안으로 발전하면 어떻게 하지’ 라는 걱정이 들긴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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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지금 J의 답을 들으니 저도 덜컥 겁이 나네요. 맞아요.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 때 불안이 몰려오면 정말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혼자 있다는 생각에 불쑥불쑥 외로워지면, 언제든 열림터에 놀러와요. 활동가들이랑 얘기나누다보면 좀 덜 외롭지 않을까요? 함께 생활하던 생활인들도 좋은 친구가 되었으니, 서로서로 연락하면서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면 참 좋겠네요. 저는 그런 의미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어줄 사람,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곁”이 자립에 꼭 필요한 것 같거든요. J가 자립준비 해보니, 가장 중요하게 확보되어야 하는 건 뭐라고 생각하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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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가장 중요하게 확보되어야 하는 것은 첫 번째가 안전, 두 번째가 돈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먼저 챙겨야 하는건 돈이겠지만 돈이 있어도 안전하지 않은 조건이면 자립을 하기엔 부적절한 것 같아서, 둘 다 중요하게 확보해야 한다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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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돈과 안전”.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J는 자립하는 생존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으로 이 두가지를 꼽아주었네요. 그러면 J 생각에 열림터에서 준비하고 있는 또같이에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은 뭐라고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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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저는 70%적금은 아니더라도 30%적금은 필수로 해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열림터에 있으면서 제 월급 중 70%를 꼬박꼬박 적금에 넣었더니, 지금 꽤 많은 돈이 모였잖아요. 처음에는 많이 부담스럽고 그랬는데, 막상 목돈이 되어있는 통장 잔고를 보고 엄청 뿌듯 했어요. 그 덕분에 제가 지금 혼자 힘으로 제 집을 구할 수 있었던 거고요. 제가 자립준비를 하면서 한달에 돈이 얼마 빠져나갈지 계산을 해봤는데 생각보다 한달에 많이 빠져나가더라고요. 또같이는 월세가 그렇게 비싸지 않을거고 보증금은 내지도 않는다고 알고있거든요? 그걸 기회삼아서 적금을 차곡차곡 넣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면 또같이를 떠날 때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되어줄 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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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우리 J가 강조한 건강하고 안전한 생존과 서로 돌보며 외롭지 않은 집. 자립할 때 든든한 토대가 되어줄 수 있는 경제적 기반,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곁은 생존자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집 또같이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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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서툰살이>에 함께하며 큰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신 구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와 연대의 마음을 보냅니다. 생존자들의 오롯한 자립을 위해 1인1실 자기만의 방, 1년동안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기본 소득, 내 소중한 적금을 든든하게 불려주는 두 배 적금, 존중과 배려를 몸에 익히고 함께하는 곁이 있는 또같이가 곧 문을 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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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인사를 하기 전에, 아직 <또같이 집들이 선물대찬치> 모금에 참여하지 못한 분들은 아래 버튼을 클릭하셔서 또같이를 응원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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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소와 열림터, 또같이의 든든한 구독자, 후원자 여러분, 그동안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또같이 입주자들과 열림터는 사이좋은 파트너로 신나는 도전을 이어가겠습니다. 구독자님들도 늘 도전하고 시도하는 2025년으로 채워가시길 바랍니다.
그럼, 2월 중 또같이 집들이 후기와 함께 진짜 마지막으로 찾아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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