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에 힘을 보태준 소중한 분께, 열림터로부터 안녕하세요. 열림터의 신아입니다. 자립홈 또같이 소식이 궁금했던 구독자님들에게 소식을 전하기 위해 왔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 자립홈 ‘또같이’에 대해 뉴스레터를 통해 어느정도 알고 계시나요? 잠깐 기억을 더듬어 봅시다. ‘또같이’는 생존자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열림터에서 운영하는 집입니다. ‘또같이’에는 월세없이 머물 수 있는 자기만의 방과 매 월 일정하게 주어지는 기본 소득, 일상을 나눌 수 있는 지지적인 곁이 있습니다. 폭력과 빈곤으로 인해 이 삶의 토대가 깨지거나 불안정한 생존자들이 또같이에서 1년이라는 시간동안 안정적인 자립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현재 3명의 또우리(열림터 퇴소 생활인)이 첫 또같이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2024년 1년 내내 또같이 준비를 위한 기획, 자문, 임장, 계약, 시공, 물품 및 가구 구입과 배치, 홍보와 입주자 모집 이라는 숨가쁜 일정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2025년 1월 25일 토요일 오후, 세 명의 또우리가 캐리어와 몇가지의 짐박스를 들고 ‘또같이’에 입주했습니다. 담당자인 저는 이사 며칠 전부터 입주 전 날까지 마치 에어비엔비 숙소를 운영하는 호스트처럼 입주자를 맞이하기 위해 청소를 하고, 부족한 물품이 없는지 점검하고, 가전제품의 사용법을 익혀두고, 공동주택의 규칙을 파악해서 가이드라인에 적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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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전날 층간소음방지용 슬리퍼 3개를 문 앞에 나란히 두고 집을 나서는데 이 정돈된 질서가 흐트러진다면 아쉬울 것 같다는 마음이 스쳤어요. 그런데 이사날 세 사람이 들어섰고 빈 집의 적막이 깨지며 공간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세 사람은 망설임없이 자신의 방에 들어가 짐을 풀고 여기저기를 탐색했어요. 그 모습을 보자 이 집의 주인들이 왔구나, 집이 완성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질서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은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환기와 청소를 당부X당부하긴 했지만 제가 드린건 가이드라인일 뿐 또같이 삼인방이 공간에 입힐 질서를 기대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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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터가 또같이를 기획하면서 만들고 싶었던 경험은, 자신의 집이 없었던 생존자가 집의 주인으로 살아보는 경험입니다. 때문에 또같이에는 숙직하는 활동가도 생활규칙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집의 관리와 살림 등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요? 입주자들 스스로 자신의 공간이 집답기 위한 규칙, 할일, 루틴을 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이 매끄러웠던 것은 아닙니다. 서로 살림 지적을 하다 기분이 상하기도 하고, 참고하는 생활 상식이 달라 부딪히기도 하고, 어떤 이는 손님을 너무 많이 데려와서 다른이에게 불편을 주기도 했어요.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온 함께살기의 어려움에 ‘내가 또같이 공동체에 맞는 사람인가?’ 고민을 나누느라 활동가의 핸드폰이 조금 바빴습니다.
지난 2월 24일 입주민과 활동가들이 함께 하는 또같이 회의에서는 그간 서로에게 하고 싶었던 말, 서운한 감정 등이 직간접적으로 터져나왔어요. 지나치게 감정적이지 않으려고 노력한 이, 눈물이 났지만 오해와 서툴음을 인정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한 이, 상대의 서툴음을 이해한다는 이 덕분에 회의가 잘 마무리 되었고요. 회의를 회고하며 마음이 조금 심난했던 다음날 아침 ‘어제 늦게까지 회의 고생많았다’는 말과 함께 메시지가 왔습니다. 활동가들이 떠난 후 세 사람은 밤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고, 앞으로도 힘내보겠다고요. 이 소식을 들으니 안심이 되었습니다. 음식물과 머리카락을 어느 타이밍에 치우는 게 맞는건지, 건조기 먼지망을 누가 안치웠는지 따져 가리는 것보다 중요한건 세 사람 모두 이 집에서 잘 살아가는 것일테니까요. 같이 노는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나들이 신청서를 보내주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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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같이’를 기획하며 ‘자립’이란 무엇일까 고민이 있었습니다. 취업과 취업준비, 교육훈련, 혼자 자신을 책임지는 것, 혼자 자신을 책임질 준비를 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생각만해도 설 곳이 좁아지는 듯한 느낌의 말들이지요. 또우리들이 지금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는 알고 있을 것이고, 모른다고 할지라도 나의 방과 나의 돈이 생기면 발견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한달이 지난 지금 입주자들은 각자 다른 자립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가져본 자기만의 방에서 편안한 휴식과 자신의 방꾸미기 취향을 알게 되기도 하고요, 가족의 통제와 간섭을 끊어내려고도 하고, 두 배 적금(월 일정 금액을 넣으면 열림터에서 동일 금액을 지원하는 또같이의 자립지원 제도. 두배적금 여부와 입금액수는 본인의 선택)을 채우기 위해 알바를 뛰기도 하고, 자신의 피해를 가까운 이에게 말하는 용기를 내보기도 합니다. 나의 공간에서 비롯된 자유와 힘이 있기에 할 수 있는 일들인 것 같아요. 생존자의 자립이 어떤 모습인지 앞으로 또같이에 들어온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 가보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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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첫 한 달 동안 생각보다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네요. 돌이켜보면 무척 바쁜 몇개월이었고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활동가들은 새로운 공간, 관계, 전망을 열어간다는 설렘으로 지치지 않고 또같이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구독으로, 후원으로 함께 해주신 분들의 힘으로 열림터와 생존자들이 또 다른 시작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열림터 뉴스레터에 또같이 소식을 격월로 전해드릴테니,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봐주시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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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살이와 또같이 집들이 선물대축제 모금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월 한달 간 모금함을 통해 총 34명의 후원자가 180만원의 후원금을 보내주셨고, 모금함이 오픈하기도 전에 또같이 소식을 접한 후원자분들이 보내주신 350만원의 후원금을 포함하여 총 530만원의 후원금이 모였습니다. 많은 분들의 소중한 후원금은 다음의 가구와 물품을 구입하는데 사용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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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이번 모금을 놓쳐버렸다!!" 하는 마음이 든다면?
열림터에 후원하고 앞으로도 또같이 소식을 받아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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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같이'와 생존자의 자립 이야기, 또 보고 더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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